← 블로그 목록

약속을 싫어하고 즉흥성을 선호하는 성향을 전부 무책임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약속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도 있고, 일정이 달력에 찍히는 순간 답답함부터 느끼는 사람도 있다. 짐바르도의 시간 관점과 자율성 욕구, 심리적 반발의 관점에서 보면 즉흥성과 계획 성향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약속을 싫어하는 성향을 곧바로 무책임으로 읽지 않으면서, 누가 옳으냐보다 어떻게 약속해야 서로 덜 지치고 더 오래 갈 수 있느냐를 묻는 시각을 정리한다.

약속을 싫어하고 즉흥성을 선호하는 성향을 전부 무책임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약속을 싫어하고 즉흥성을 선호하는 성향을 전부 무책임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미리 정한 약속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일정이 달력에 찍히는 순간 답답함부터 느낀다. 흔히 후자는 게으르거나 무책임하다고 쉽게 평가되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시간에 대한 관점, 자율성 욕구, 계획이 주는 압박을 어떻게 느끼는지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즉흥성을 무조건 미화하려는 글이 아니다. 다만 약속을 싫어한다 = 책임감이 없다는 단순한 해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정리해 보려는 글이다.

사람은 시간 자체를 같은 방식으로 느끼지 않는다

시간 관점 연구는 사람마다 과거, 현재, 미래에 무게를 두는 방식이 다르다고 본다. 최근 필립 짐바르도의 시간을 다룬 회고 논문도 균형 잡힌 시간 관점은 특정 시간 축 하나에 과도하게 묶이지 않는 유연성과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즉 어떤 사람은 미래 계획을 세우는 데 안정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현재 상황에 맞춰 움직일 때 더 자연스럽다. 여기서 현재 지향성이 항상 나쁜 것도, 미래 지향성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둘 다 장점과 위험이 있다.

문제는 한쪽의 장점을 다른 쪽의 결함처럼만 읽을 때 생긴다.

약속이 불편한 사람은 종종 ‘시간 통제’보다 ‘자율성 위협’을 먼저 느낀다

심리적 반발 연구는 사람이 자유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반대로 저항하려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누군가의 일정 제안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사람에게 “토요일 3시에 보자”는 문장은 그냥 약속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 시간의 선택권이 사라졌다는 감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약속 자체보다 강제된 감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반응을 단지 버릇없음이나 회피로만 보면 대화가 잘 안 된다. 실제로는 자율성을 더 많이 보장하는 표현으로 조정하면 반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즉흥성이 항상 더 좋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즉흥성은 자유롭지만, 타인과의 협업에서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약속을 미루는 일이 반복되면 상대는 예측 가능성을 잃고 피로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나는 원래 이런 성격이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는 유연성이 장점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아는 일이다.

즉흥형이 스스로 점검해야 할 질문은 보통 이렇다.

관계에서는 성향보다 협상 방식이 더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성향이 더 옳으냐가 아니다. 함께 사는 법,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약속 잡는 법을 찾는 쪽이 더 현실적이다. 자율성 연구와 일정 통제 연구를 보면, 사람은 자신이 시간과 일정에 어느 정도 통제권이 있다고 느낄 때 스트레스가 줄고 웰빙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약속을 잘 잡는 법도 한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토요일 3시 정각”보다 “토요일 오후에 보고, 전날 시간 확정”이 서로를 더 덜 소모시키는 합의일 수도 있다.

마치며

약속을 싫어하고 즉흥성을 선호하는 성향을 전부 무책임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그 안에는 시간 관점의 차이, 자율성 욕구, 강제에 대한 민감성, 적응 방식의 차이가 함께 들어 있다.

물론 이것이 모든 미루기와 약속 파기를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마다 일정이 주는 감각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면, 비난보다 조정이 쉬워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올바른가보다, 서로 어떤 방식으로 약속해야 덜 지치고 더 오래 갈 수 있느냐다.

참고 자료

← 목록으로
Related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기후과학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매우 많은 관측 자료가 쌓여 있다

지구온난화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은 이미 IPCC와 NASA·NOAA의 관측, 해양 열함량 증가, 빙권 변화, 복사 물리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답을 모아 두었다. 1,500년 주기 같은 자연 주기론이 어디서 논리를 건너뛰는지, 그리고 남은 쟁점이 온난화의 존재가 아니라 속도와 영향, 대응 방식에 가깝다는 점을 짧게 정리한다.

과학화학생활
주머니 난로는 단순한 편의용품이 아니라 산화와 결정화가 만드는 작은 열화학 장치다

겨울철 주머니 난로는 단순한 따뜻한 팩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분명한 화학이 일어난다. 일회용 손난로는 철가루의 느린 산화 반응으로, 딸깍 누르는 재사용 손난로는 과포화 아세트산나트륨 용액의 결정화로 열을 낸다. 두 원리를 구분해 설명하며, 같은 따뜻함도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점과 생활용품에 숨은 작은 열화학 장치의 모습을 정리한다.

인터넷 문화언어
'병맛'이라는 한 단어로 사회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분석은 금방 멈춘다

'병맛'은 한국 인터넷 문화에서 부조화의 감각을 단숨에 압축해 주는 강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 한 단어로 작품과 세대, 사회 전체를 덮기 시작하면 분석은 금방 멈추고 자조와 냉소만 남는다. 부조화 유머 이론과 밈 언어의 속성을 빌려, 감각어와 분석어가 어떻게 갈라지는지, 비평이 되려면 그다음 어떤 질문이 따라와야 하는지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