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ing the Undefendable』은 규제를 없애자는 책이 아니라 불편한 거래를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글에서 먼저 바로잡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Defending the Undefendable의 저자는 데니스 호커가 아니라 미국 경제학자 월터 블록(Walter Block)이다. 이 책은 1976년에 처음 나온 자유지상주의 성향의 문제작으로, 오늘날에도 Mises Institute 소개문에서 “무피해 범죄(victimless crimes)와 논쟁적인 경제 관행”을 옹호하는 대표 저작으로 소개된다.
중요한 건 이 책을 정설 경제학 교과서로 읽으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합의된 결론을 정리한 책이라기보다,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먼저 싫어하는 직업과 거래를 경제적 관점에서 다시 보라고 밀어붙이는 논쟁서에 가깝다. 그래서 가치가 있다면 해답집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규제를 너무 쉽게 당연시하는가를 묻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월터 블록의 책은 암표상, 고리대금업자, 암시장 거래자 같은 사회적으로 미움받는 인물을 전면에 놓는다. 그 의도는 단순하다. “우리가 싫어하는 존재를 금지하면 문제가 실제로 사라지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오늘 시점에서는 책의 주장 자체보다, 그 주장에 실제 자료가 얼마나 따라오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어떤 규제는 진짜로 비효율을 만들고, 어떤 규제는 반대로 정보 비대칭과 약자 피해를 줄인다. 현실은 책 한 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좋은 의도와 부작용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
규제 효과를 말할 때 가장 자주 오해되는 사례가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은 약자를 보호하니 무조건 좋다”와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없애니 무조건 나쁘다”는 두 문장은 둘 다 지나치게 단순하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1년 보고서에서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법안이 많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고 빈곤선을 밑도는 인구를 줄일 수 있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일부 고용 감소가 생길 수 있다고 추정했다. 즉 같은 정책이 소득 개선과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동시에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최저임금 논쟁의 핵심은 “선의냐 악의냐”가 아니라, 어떤 집단이 얼마만큼 이익을 보고 어떤 집단이 위험을 떠안는가에 가깝다. 규제는 도덕적으로 옳아 보여도 비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택시 공급 제한은 정말 항상 소비자를 보호할까
월터 블록식 문제제기가 완전히 허공에 떠 있는 것도 아니다. 택시 진입 규제를 보면, 경제학 쪽에서 오래전부터 공급 제한이 가격과 대기 시간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OECD의 택시 규제 보고서는 공급 제한이 가격을 올리고 가용성을 낮추며, 그 영향이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정리한다. 반대로 일부 국가에서 진입 제한을 완화했을 때는 택시 수가 늘고 대기 시간이 줄며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본다.
이 사례는 규제가 언제나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어떤 규제는 품질과 안전을 지키기보다 기존 사업자의 지대를 보호하는 장치로 굳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암표상 문제는 Block식 직관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반례가 티켓 재판매 시장이다. 자유시장 직관만 따르면 “원하는 사람이 더 비싼 값에 사가면 효율적인 배분 아닌가?”라는 결론이 나오기 쉽다. 실제로 NBER의 티켓 재판매 연구도 재판매가 더 높은 지불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 표를 재배분하는 효율성 이익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논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판매 시장은 동시에 되팔이 이익을 노린 구매자들을 1차 판매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더 많은 경쟁 비용과 지대 추구를 유발할 수 있으며, 전체 사회후생을 오히려 낮출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즉 “재판매 = 효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정책도 이 복잡성을 반영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BOTS Act 집행에서, 재판매 자체보다 구매 제한을 우회하는 봇과 허위 계정, 기술적 우회 수단을 문제 삼아 왔다. 여기서 규제가 겨냥하는 것은 단순한 재판매가 아니라 공정한 접근 기회를 깨뜨리는 방식이다.
이 사례는 월터 블록의 책을 읽을 때 꼭 붙여야 할 단서를 보여준다. 미움받는 거래를 옹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거래가 실제로 정보 비대칭, 접근 제한, 자동화된 편법과 어떻게 얽히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규제 찬반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가다
그래서 이 책을 오늘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규제를 다 없애자”가 아니라, 규제가 실제로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망치고 있는지 묻는 훈련으로 삼는 것이다.
질문은 보통 이 셋이면 충분하다.
- 이 규제는 실제 피해를 줄이는가, 아니면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가?
- 규제가 없을 때 생기는 거래가 정말 자발적이고 투명한가?
- 규제를 넣었을 때 사라지는 비용보다 새로 생기는 부작용이 더 큰가?
최저임금, 택시 면허, 티켓 재판매를 나란히 놓고 보면 답이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규제가 분명히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는 규제가 오히려 공급 부족과 접근성 문제를 키운다.
핵심 정리
Defending the Undefendable은 “사회가 싫어하는 사람도 시장에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책이다. 이 문제제기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오늘 시점에서는 그 주장을 실제 자료와 함께 읽어야 한다.
- CBO는 최저임금이 임금을 올리고 빈곤을 줄일 수 있으면서도 일부 고용 감소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 OECD는 택시 진입 제한이 가격과 대기 시간을 키우고, 완화가 소비자 후생을 높인 사례가 있다고 본다.
- NBER와 FTC 자료는 티켓 재판매가 효율성을 만들 수도 있지만, 되팔이 경쟁과 봇 우회가 사회적 비용을 키울 수 있다고 보여준다.
그러니 이 책을 오늘 다시 읽는 이유는 정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규제를 선의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반대로 시장을 만능 해답처럼 보지도 않기 위해서다.